개요
흰가루병(Powdery mildew)은 작물의 잎, 줄기, 과실 등 표면에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흰색 반점이 형성되는 대표적인 곰팡이병이다. [1] 이 병은 광합성을 저해하고 양분을 빼앗아 작물의 생육을 크게 위축시키며, 심할 경우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농지 소유주 및 경작자에게 흰가루병 관리는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것을 넘어, '내 작물에 등록된 올바른 농약을, 안전사용기준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2019년부터 전면 시행된 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PLS)에 따라, 작물별로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임의로 사용할 경우 농산물 출하가 금지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방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
내용
증상 및 진단
흰가루병의 초기 증상은 잎 표면에 희미한 흰색 반점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반점들은 점차 커지고 수가 많아지며, 병반 부위는 마치 밀가루를 덮어쓴 것처럼 완전한 흰색 균사체와 포자로 뒤덮인다. 병이 진전되면 잎 전체가 하얗게 변하고, 광합성 능력 저하로 잎이 누렇게 변색되거나(황화) 기형이 되며 조기에 낙엽이 질 수 있다. 줄기, 과실, 꽃 등에도 동일한 증상이 발생하여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특히 겉모습이 비슷한 노균병과 혼동하기 쉬운데, 일반적으로 흰가루병은 잎의 앞면(표면)에 주로 발생하는 반면, 노균병은 잎 뒷면에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육안 판별에만 의존하지 말고, 해당 작물의 증상 사진을 지참하여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거나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의 병해충 도감과 비교하여 정확한 동정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1] [3]
발생 환경 및 확산
흰가루병은 비교적 건조한 환경을 선호하며, 주야간의 온도차가 크고 일조량이 부족할 때 발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육에 적합한 온도는 15~28℃ 범위로 알려져 있으나, 작물과 병원균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다른 곰팡이병과 달리 잎 표면에 물기가 없어도 포자가 발아하고 식물체에 침입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건조한 봄과 가을철에 발생이 잦다. 특히 시설재배 환경에서는 환기 불량으로 내부 습도가 정체되고, 밀식으로 인해 통풍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병 발생이 더욱 심각해진다. 흰가루병 포자는 매우 가벼워 바람에 의해 쉽게 멀리까지 확산되므로, 인근 포장에서 발병했을 경우 자신의 농지로 쉽게 전파될 수 있어 예방적 관찰이 중요하다. 시설재배의 경우 주야간 온도 편차를 줄이고, 낮 동안 충분한 환기를 통해 습도를 낮추는 것이 확산 억제에 도움이 된다.
핵심 방제 원칙: 작물별 등록 농약 확인
흰가루병 방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흰가루병 약'이라는 이름의 범용 약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재배하는 작물의 흰가루병에 등록된' 농약을 정확히 찾아 사용하는 것이다. 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PLS)는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 시 잔류농약 허용기준 초과로 해당 농산물은 폐기 처분될 수 있다. [2] 따라서 농지 소유자나 경작자는 반드시 다음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첫째, 재배 중인 작물명을 정확히 확인한다. 둘째, 발생한 병이 흰가루병인지 정확히 진단한다. 셋째,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PSIS)에 접속하여 '작물명'과 '병해충명(흰가루병)'을 입력하여 사용 가능한 등록 농약 목록을 확인한다. [4] 이 목록에 없는 농약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직접 경작하지 않고 임대를 준 농지 소유자에게도 중요한데, 임차인이 미등록 농약을 사용하여 토양 오염이나 농산물 폐기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농약 허용기준 강화제도(PLS)와 안전 사용
등록된 농약을 찾았다면, 다음 단계는 농약 포장지에 명시된 '안전사용기준'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안전사용기준의 핵심 항목은 희석배수, 사용 시기, 사용 횟수, 그리고 수확 전 마지막 살포 가능일인 '수확 전 사용일수'이다. 희석배수를 무시하고 임의로 진하게 타서 사용하면 약효가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약해(藥害)를 유발하거나 잔류농약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다. 또한, 작물별로 정해진 총 사용 횟수를 초과해서는 안 되며, 특히 수확을 앞둔 시점에서는 수확 전 사용일수를 반드시 준수하여 농산물에 농약 성분이 기준치 이상 남아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농약을 구매할 때 농약 판매상에게 작물과 병해충을 정확히 알리고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농약 살포 전에는 라벨의 안전사용기준을 최소 두 번 이상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농약 저항성 관리
동일한 계통의 약제를 연속해서 살포하면 흰가루병균이 해당 약제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하여 약효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작용기작(Mode of Action)을 가진 약제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계통 교호살포'를 실천해야 한다. 농약 포장지에는 작용기작을 나타내는 그룹 번호(예: 살균제 다1, 사, 3)가 표기되어 있다. 방제 시 이 그룹 번호가 다른 약제를 순서에 맞춰 살포 계획을 수립해야 저항성 발현을 늦추고 방제 효과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차 방제에 '다1' 그룹 약제를 사용했다면, 2차 방제 시에는 '사' 또는 '3' 그룹 등 다른 번호의 약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