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적심(摘芯)은 작물의 원줄기(주경)나 가지 끝에 있는 생장점을 잘라내는 재배 기술로, 흔히 '순지르기' 또는 '순따기'라고도 불린다. [1] 생장점을 제거함으로써 위로만 자라려는 작물의 생장을 억제하고, 그 양분을 아래쪽 곁가지(측지)로 보내 더 많은 가지와 꽃, 열매가 달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작물의 키를 낮추는 것을 넘어, 작물의 종류와 재배 목적에 맞춰 수형을 만들고 수량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관리 작업이다. 하지만 모든 작물에 동일한 방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정확한 작물별 지침을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용
적심은 작물의 생육을 조절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적심을 하면 무조건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생각은 대표적인 오해다. 적심의 효과는 작물의 생리적 특성과 재배 목표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주와 같은 작물은 원줄기보다 곁가지인 아들줄기나 손자줄기에서 암꽃이 더 많이 피는 특성이 있다. 이 경우 적심을 통해 아들줄기 발생을 촉진하면 착과 수를 늘려 수확량 증대를 꾀할 수 있다. [2] 반면, 접목선인장 대목으로 쓰이는 삼각주의 경우, 적심의 주된 목적은 과도한 웃자람(과번무)을 막고 규격에 맞는 대목을 여러 개 생산하는 것이다. [3]
이처럼 적심은 작물별로 그 목적부터 다르다. 열매 수확이 목적인지, 대목이나 잎 생산이 목적인지에 따라 적심의 시기, 위치, 강도가 결정된다. 따라서 농지 소유주나 재배자는 자신의 밭에 심긴 작물의 종류와 품종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당 작물에 맞는 공식적인 재배 기술 지침을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른 작물에 적용된 "몇 마디에서 자른다"는 기준을 무턱대고 적용할 경우, 오히려 생육을 저해하고 수확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적심은 생장점을 제거하여 식물의 에너지 분배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작업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의·원리
정의
적심(Topping 또는 Pinching)은 식물학적으로 줄기나 가지의 정단분열조직(apical meristem), 즉 생장점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1] 생장점은 식물의 길이 생장을 주도하는 부위로, 이곳에서 세포분열이 활발히 일어나며 새로운 잎과 줄기가 만들어진다. 적심은 이 부위를 잘라냄으로써 식물의 상부 생장을 인위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원리
적심의 원리는 정아우세(apical dominance) 현상을 타파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식물은 끝눈(정아, terminal bud)에서 생성되는 생장호르몬인 옥신(auxin)의 영향으로 곁눈(측아, lateral bud)의 생장이 억제된다. 이로 인해 식물은 위로 곧게 자라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적심을 통해 끝눈을 제거하면 옥신 공급이 중단되고, 억제되어 있던 곁눈들이 발달하기 시작하여 여러 개의 곁가지로 자라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식물은 위로만 크던 에너지를 수평적인 성장과 개화, 결실에 사용하게 되어 전체적인 수형이 바뀌고 생산 부위가 다변화된다.
관련 용어와의 구분
적심은 다른 가지 관리 기술과 혼동하기 쉬우나 목적과 대상이 명확히 다르다. 곁순제거(적아, Suckering): 원줄기와 잎자루 사이(엽액)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곁순을 조기에 제거하는 작업이다. 원줄기를 충실하게 키우고 통풍을 좋게 할 목적으로, 주로 고추, 토마토 등에서 시행한다. 적심과는 반대로 곁가지 발생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전정(Pruning): 주로 과수와 같은 목본식물에서 죽은 가지, 병든 가지, 너무 빽빽한 가지 등을 잘라내어 나무의 전체적인 수형을 만들고 생육을 조절하는 작업이다. 적심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가지를 대상으로 한다. * 적화/적과(Flower/Fruit Thinning): 너무 많이 달린 꽃이나 어린 열매를 솎아주어 남은 열매를 더 크고 충실하게 키우는 기술이다. 양분 경합을 줄여 품질을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다.
활용
작물별 적용 사례
적심은 작물의 종류와 재배 목적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이 전혀 다르므로, 아래 비교표와 같이 각 작물에 맞는 정확한 지침을 숙지하고 적용해야 한다.
| 구분 | 여주 (열매 수확 목적) | 접목선인장 대목용 삼각주 (대목 생산 목적) |
|---|---|---|
| 핵심 목표 | 암꽃이 많이 피는 아들/손자줄기 유도 및 다수확 | 과번무 방지 및 균일한 규격의 대목 다량 생산 |
| 적용 시기 | 원줄기가 10마디 또는 본잎이 10장 정도 자랐을 때 | 측지가 과도하게 자라기 전 (예시: 3월 초순) |
| 절단 위치 | 부모줄기(원줄기)의 가장 위쪽 끝 2~3cm | 초세가 약한 측지부터 순차적으로 끝 생장점 제거 |
| 후속 관리 | 발생한 아들줄기 중 튼튼한 것 4~6개 선별 유인 | 한 포기(주)당 튼튼한 측지 3개만 남기고 정리 |
| 근거 자료 | 농사로 여주 재배기술 [2] | 농사로 삼각주 대목 재배기술 [3] |
여주의 경우, 부모줄기에서 바로 열매를 얻기보다 아들줄기와 손자줄기에서 더 많은 암꽃을 피워 수확량을 늘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따라서 원줄기가 일정 수준 자라면(본잎 10장) 과감히 생장점을 잘라 아들줄기의 발생을 촉진한다. 이후 실하게 자라는 아들줄기 4~6개를 골라 부채꼴 모양으로 유인하여 햇빛을 고루 받게 하고 착과를 유도한다. [2] 또한 지상 30cm 이내의 불필요한 손자줄기들은 통풍을 위해 추가로 제거해주는 관리가 필요하다.
접목선인장 대목용 삼각주는 적심을 하지 않으면 위로만 계속 자라면서 과도하게 무성해져 병해충 발생 위험이 커지고 대목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영양생장을 조절하여 균일한 품질의 대목용 측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재배 지침에 따르면, 3월 초순경 측지가 너무 길게 자라기 전에 초세가 약한 것부터 적심을 시작하여 주당 3개의 측지만을 남겨 키운다. 이는 제한된 공간과 양분으로 고품질의 규격 대목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3]
주의사항
적심 작업 시에는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첫째, 절단 도구의 소독은 필수적이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포기를 작업한 가위나 칼을 그대로 사용하면 다른 건강한 포기 전체로 작물 바이러스병을 옮길 수 있다. 포기마다, 또는 작업 구역마다 도구를 소독용 알코올이나 화염 소독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둘째, 작물별 정확한 시기와 위치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생장이 너무 어릴 때 적심하면 식물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늦으면 적심의 효과가 반감되거나 불필요한 양분 소모만 초래할 수 있다. 재배하고 있는 작물 품종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역 농업기술센터나 농촌진흥청의 공식 재배 매뉴얼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셋째, 적심은 한번 잘라내면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이므로, 불확실할 경우에는 실행하지 않는 것이 낫다. 특히 처음 재배해보는 작물이거나 관련 정보가 부족할 때는, 섣불리 다른 작물의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관련 제도
적심 작업 자체는 농지법 등 관련 법령에서 직접 규제하거나 특정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상은 아니다. 이는 작물의 생육을 관리하는 순수한 재배 기술의 한 종류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심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친환경 인증,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또는 각종 지자체 및 정부의 농업 관련 지원사업 심사 과정에서 '적정한 재배 관리'의 한 요소로 평가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작물 특성에 맞는 적심을 체계적으로 수행한 영농 기록은 재배의 전문성과 성실성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반적인 영농 활동 평가의 일부일 뿐, 적심 자체가 직접적인 요건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같이 보기
참고 문헌
[1] 농촌진흥청 농업용어사전, "적심", https://www.nongsaro.go.kr/portal/ps/psq/psqb/farmTermSimpleDicLst.ps?menuId=PS00064&sWordNm=%EC%A0%81%EC%8B%AC&searchTagWord=%EC%A0%81%EC%8B%AC [2] 국립원예특작과학원. (2021). 여주 재배기술 - 아주심기 후 관리. 농사로. https://www.nongsaro.go.kr/portal/ps/psb/psby/vodPlay.ps?menuId=PS00069&mvpClipNo=2&mvpNo=791 [3] 국립원예특작과학원. (2022). 접목선인장용 고품질 삼각주 대목 재배기술. 농사로. https://www.nongsaro.go.kr/portal/ps/psb/psby/vodPlay.ps?cntntsNo=242236&menuId=PS00069&mvpClipNo=&mvpNo=2202
